시무 10조(신라 최치원) , 시무 28조(고려 최승로)

시무 10조(신라 최치원), 시무 28조(고려 최승로)

혼탁하고 어지러운 국가 질서를 확립하는 개혁적인 정책은 여러 시대에 걸쳐서 다양하게 존재한다. 그중에 가장 대표적인 것이 통일신라 말기 최치원이 제안한 시무 10조와 최승로가 고려 성종에게 올린 시무 28조가 있다.

 

시무 10조

통일신라 말기는 극도로 혼란스러웠다. 골품제도라는 폐쇄적인 신분제도 때문에 사회적인 모순과 부패가 만연했다. 왕권은 추락했고 지방은 통제가 불가능해졌다.

 

지방호족들은 각자의 권력과 군사력을 가지고 있어 신라는 서라벌에서만 존재하는 나라가 되었다. 이러한 신라를 개혁하고자 진성여왕은 당나라 과거에 급제한 천재 최치원을 등용한다.

 

최치원은 국정을 쇄신하고 나라를 부강하게 할 수 있는 시무 10조를 발표한다. 하지만 6두품에 불과한 최치원은 신분적 한계를 극복하지 못했다. 신라의 골품제도는 신라를 유지시킨 제도이면서 동시에 멸망시킨 제도이다.

 

시무 10조에 대한 내용은 현재 전해지지 않지만 내용을 유추할 수 있는데 핵심적인 것이 골품제도를 없애는 것이다. 시무 10조를 계승한 것이 고려 최승로의 시무 28조라는 학설도 있다.

 

확실한 내용은 아니지만 당시 상황을 가지고 유추한다면 귀족개념에 대해서 확장한 것일 것이다. 성골과 진골이 독점하는 귀족이 아닌 다른 호족과 육두품까지 확장하는 개념이다.

 

또한 신라시대의 행정제도를 개선하고 호족세력을 약화시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었을 것이다. 백성들이 힘들어 하는 조세제도개선 또한 핵심내용 중에 하나일 것이다.

 

시무 10조를 추진하기에는 당시 신라국왕인 진성여왕의 왕권이 약했고 최치원이 가진 권력은 거의 없었다. 개혁은 의지로만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만일 시무 10조가 채택되어 국가적인 개혁이 이루어졌다면 신라는 멸망하지 않았을 것이다. 신라는 고려에 항복하면서 천년 왕조는 사라졌다.

 

시무 28조

고려 성종 때 최승로가 국정을 쇄신하는 내용을 담은 시무 28조를 밀봉해서 올린다. 성종이 해야 하는 정치개혁의 내용을 담고 있는데 모두 28개 항목으로 되어 있는데 현재 전해지는 것은 22개 조다. 대부분 사회, 불교, 외교, 국방과 왕실에 관한 내용이다.

• 국방에 소홀하면 안 되고 비용절감을 해야 한다.
• 절에서 백성들을 상대로 금전적 이득을 취하지 못하게 해야 한다.
• 공덕재를 왕실에서 주관하지 말아야 한다.
• 승려에 대한 권한을 축소해야 한다.
• 불상을 화려하게 하지 말아야 한다.
• 유교를 적극 도입해야 한다.
• 관리 선발에 공정성을 기해야 한다.
• 지방은 호족세력이 다스리게 해서는 안 된다.
• 신분에 따라서 입는 옷을 달리해야 한다.
• 궁궐에서 근검절약을 솔 손수범 해야 한다.
• 노비를 규제해야 한다.
• 왕이 신하를 대할 때 예절을 갖추어야 한다.
• 중국과 사무역을 금지해야 한다.
• 연등회와 팔관회 규모를 줄여야 한다.
• 공신들 권력을 축소해야 한다.

등 불교를 약화시키고, 유학을 숭상하고, 귀족세력을 강화시키고, 중앙집권이 핵심내용이다. 성종은 시무 28조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여서 개혁적인 정책을 펼친다.

 

고려 초기 혼란스러운 상황을 극복하고 개국공신들이 득세하는 것을 막아내고 신진관료를 등용했다. 시무 28조와 성종의 개혁정책은 고려 국가체제 정비에 크게 기여한다.

 

모든 개혁적인 정책은 최종적으로 그 정책을 실현시킬 의지가 있는 왕이 있어야 빛을 본다. 실천하지 않는 개혁정책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최승로의 시무 28조는 내용이 우수해서가 아니라 성종의 적극적인 정책 실천 때문에 가치를 인정받는 것이다. 개혁은 계획만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강력한 추진력이 필요한데 왕조시대에는 아무리 능력 있는 신하라고 왕만 못하다. 왕의 개혁의지만이 실현으로 이어진다.

 

시무 28조의 핵심내용은 개혁이다. 그중에서 불교의 개혁을 중요하게 생각했고, 다음은 오늘날의 관점에서 경제와 민생이다.

 

먹고사는 문제는 고려시대에도 아주 중요한 문제였다. 지방호족들 세력이 너무 커서 백성들의 삶은 피폐해졌고 결국 고려왕실의 부담으로 다가왔다.

 

이러한 민생문제를 해결하고 호족세력을 약화시키기 위해서 왕권을 강화해야 했다. 왕권을 강화하기 위해서 신하들의 권력 또한 제한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기타

국가정책에 관한 다른 기록을 보면 무신정권 시대 최충헌의 봉사 10조와 고려 태조의 훈요 10조가 있다. 훈요 10조는 고려 태조 왕건이 후대 왕들이 국가를 경영하면서 지켜야 하는 기본원칙을 제시한 것이다.

 

대표적인 내용은 불교를 장려하고 고구려 영토 회복, 민생안정과 중국의 것을 따르지 말고 독자적인 행동을 하라는 내용이다. 오늘날까지도 전해지는 훈요 10조에는 지역차별에 대한 내용이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앞서 말한 최승로의 시무 28조는 불교를 매우 비판적이고 사회에 나쁜 영향을 주어서 개혁의 대상자로 말했지만 왕건은 불교를 아주 중시했다. 최 씨 무신정권의 창시자 최충헌은 무신정권 초기의 혼란을 극복하고자 봉사 10조를 발표한다.

 

승려의 행동에 대한 제한과 귀족들이 토지를 불법적으로 획득하는 것을 금지하는 내용도 있지만 최 씨 무신정권의 권력을 강화하는 내용이 대부분이다. 최충헌은 봉사 10조를 기반으로 해서 70년에 걸쳐 고려를 직접 통치하는 권력의 기반을 다졌다.

 

역사적으로 개혁은 항상 저항의 대상이었다. 기득권들이 가지고 있는 모든 것들을 포기해야 하기 때문에 강력한 저항이 있었고 그 결과 대부분의 개혁은 실패했다.

 

시무 10조가 성공했다면 고려가 탄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신라는 신분제도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한 것이 멸망으로 이끄는 결정적인 계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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